​민족의 명절 ‘설날’ 잘 쇠셨는지요? ‘설’은 음력으로 한 해가 시작되는 첫날을 명절로 기리는 날입니다. 예부터 선조들은 이날을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삼가면서 주의해야 하는 날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근신하여 삼가다’라는 글자인 ‘신(愼)’을 써서 ‘신일(愼日)’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음력설을 맞이하면서 다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귀한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시간이 간다고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것들보다는 낡아지고 스러지는 것이 더 많은 세상이기에 순간순간 다가오는 현재를 더욱 귀하고 소중하게 붙들어야 합니다. 다시 시작하는 2024년 한해도 모두 강건하고 두루두루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아울러 좋은 일과 신나는 일들이 많이많이 생겨나길 기도합니다. 

∙ … 서기관들을 삼가라 – 좋은 것도 얼마든지 나빠질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서기관들을 삼가라고 하십니다. 당시 서기관은 율법을 복사(필사)하며 연구하거나 가르치는 전문 율법학자로서 종교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상당한 위치와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전문가들이었습니다. 이들을 무시하거나 비난한다고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마치 작심이라도 하신 것처럼 서기관들을 삼가고 주의하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얼마든지 좋은 것이라 하여도 나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좋은 것일수록 더욱 주의해서 살피고 보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할찌라도 올바로 지키지 못하고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면 결국 빼앗기게 되고 나빠지게 되기 마련입니다. 

∙ 이 가난한 과부는 … 많이 넣었도다 –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여러 사람들이 바라는 좋은 일이란 대개의 경우 좋은 상황과 여건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상황이 어렵고 힘들면 무언가 좋은 일들이 일어나길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분명 상황과 조건은 중요합니다. 기본적인 상황이나 여건이 형편없다면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 생각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상황이나 여건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제나 변수가 있고 그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기대하는 수준을 넘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분명 기억해야 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훨씬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믿음은 바로 그 지점에서 작동합니다.

∙ 네가 이 큰 건물들을 보느냐 – 건물이 아니라 무너져도 사라지지 않을 것을 보십시오. 

그토록 이야기했으면 알아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에 따라 가기 쉽습니다. 그건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 앞에 보인 거대한 성전은 상대적으로 제자들의 눈에는 대단한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오죽했으면 성전에서 나가시는 주님을 붙잡고 성전의 돌과 그 건물의 웅장함이 대단하지 않느냐고 감탄하듯 말했을까요? 하지만 주님은 제자들이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셨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대단하게 보는 그 건물이 실상은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게 될 것이라고 하는 사실입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아무리 대단해 보여도 무너지게 될 것은 다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바라보고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무너져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기준을 잘못 잡으면 모든 것이 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