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입춘이 지났으니 봄이 오는 길목에 들어선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겨울비가 바뀌어 눈발이 되어도 이전처럼 걱정이 앞서지는 않았습니다. 더욱 눈이 녹아 물이 되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분명 봄이 한 걸음 더 가까이 온 것은 분명 하겠지요. 겨우내 움추렸던 기운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길을 지나다 어느새 푸르름을 잔뜩 머금은 나뭇가지들을 보면서 추운 겨울 견디고 살아남아 새롭게 봄을 기다리는 작고 연약한 나무의 줄기들을 응원해 봅니다. 아직은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쌀쌀하고 그래서 코끝이 찡하기도 하고 감기를 몰고 오지만 봄은 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남은 꽃샘추위를 잘 이겨내시길 기도합니다. 

∙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 어렵다고 도망가고 피하기만 하면 더 힘들어집니다.  

사순절과 함께 우리가 살피는 본문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십자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습니다. 기름짜는 틀이란 뜻을 가진 겟세마네라 하는 곳에 이르신 주님이 제자들에게 풀어놓은 이야기는 지금 보아도 놀랍기만 합니다. 얼마나 힘드셨으면 고민하여 죽게 생겼다고 하셨을까요? 더군다나 찐하게 베어나오는 슬픔 속에서 주님이 하신 일은 고작해야 기도하는 일이었습니다. 어려우니까 그만두고, 힘드니까 떠나가고, 괴로우니까 피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에서 주님은 다르게 살고 계십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 때를 빨리 지나게 해달라고 하는 주님의 기도는 그래서 생각하면 할수록 짠하기만 합니다. 그러고보면 모든 봄은 그런 슬픔을 딛고 옵니다. 

∙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 – 시험을 끝내려면 원함따라 살지 말아야 합니다.

원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크든 작든 원이란 한 사람을 견디게 하고 때로는 이기게 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래서 자신의 마음에 품은 원을 따라 우리는 돌고 또 돕니다. 마치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듯이 말이지요. 그러나 돌아보면 또 바로 마음에 있는 그 원 때문에 우리는 수없는 시험에 빠지곤 했습니다. 시험은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서있는 가장 기본적인 자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계속해서 시험에 휘둘리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틀리는 문제를 계속해서 틀리고 있다면 먼저 시험을 대하는 자세를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원으로 시작하지만 그 원을 내려놓기 시작할 때 비로소 봄은 완성됩니다.

∙ 일어나라 함께 가자 – 자격과 능력이 있어서 갈 수 있다면 부르지도 않았을 겁니다

저라면 마지막에 그렇게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입니까? 지금이 어느 때라고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었을까요? 대단한 것을 요구한 것도 아니라 여기 함께 머물러 있어달라고 부탁했을 뿐이었는데 그것이 그렇게 힘든 일이었을까요?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다고 에둘러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습니다. 결국 무엇으로도 돌이킬수 없는 때가 올 것입니다.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겁니다. 다시 돌아와 선 그 자리에서 주님은 홀로 그 길을 가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만 되었다 때가 왔다고 하시면서도 다시 제자들을 향하여 말씀하십니다. 그래도 일어나서 함께 가자고.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자격도 능력도 안되는 그들입니다. 그래서 더욱 그 봄이 찬란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