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도 짧은 2월을 지나 새봄의 3월을 맞이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도 그렇지만 3월의 첫날 우리의 귓전을 울리는 벅찬 함성들 때문입니다. 그렇게 외치기만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을 줄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아무런 말도 못하고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을 선조들은 우리에게 잘 보여줍니다. 비록 그런 외침의 결과로 원했던 해방과 독립을 바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일만세운동이 우리 민족의 근대사에 남긴 영향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신학기의 설레임과 함께 우리는 이 3월의 사순절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개구리도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이때 우리를 둘러싼 경이로 가득찬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 하루하루 되시길 기도합니다. 

∙ 이것을 여기서 가져가라 –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고칠 수도 있습니다. 

오늘부터 3월 한달간은 성서일과 중 특히 복음서 부분을 따라 묵상하고 말씀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요한복음은 다른 복음서들과는 달리 예수님의 성전정화와 관련된 기록을 가장 빠르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앞뒤 문맥을 보면 그 이유와 목적은 제자들의 믿음을 돕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성전은 종교적 행위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었던 공식적인 신앙의 자리라고 하는 점에서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주님은 한바탕 난리(?)를 일으키셨습니다. 주님은 왜 이렇게 하셨을까요? 그냥 넘어갈 수 없으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멈추시려고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치료와 회복을 위해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 무슨 표적을 우리에게 보이겠느냐 – 여전히 표적만 구하겠다면 차라리 문을 닫는 것이 낫습니다.

본질 대신 편리함과 이익을 선택한 당시의 성전시스템에 대하여 멈춤을 선언하신 주님께 다른 유대인들이 요구한 것은 그런 일을 행할 수 있는 권위를 증명할 만한 표적이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특별한 표적을 보여달라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돌아봐야 하는 근본 문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이미 주님은 “이것을 여기서 가져가라”라고 하시면서 무엇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필요 없는 것들로 가득차 있는 것을 그만 멈추라고 하셨습니다. 다시 주님은 차라리 그렇게 의지하고 있었던 성전을 헐어버리라고 하십니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다른 표적만 구하겠다면 차라리 문을 닫는 것이 낫습니다.

∙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 – 나를 먼저 드리기로 결심하면 해결됩니다.

잘못된 문제와 상황에 대하여 지적하고 분노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나아가 앞장서서 그 문제를 책임 있게 다루면서 변화시키는 일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아무리 말해도 꿈쩍하지 않고 있던 당시 사람들에게 새로운 길을 보이십니다. 아니 주님은 자신이 친히 그 길이 되어 주셨습니다.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라고 하신 것은 바로 자신이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구원의 길이셨기 때문입니다. 남들보고 하라고 하면 복잡합니다. 따질 것도 많고 가릴 것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먼저 헌신하고 내어놓기로 하면 해결되기 시작합니다. 봄과 함께 사순절이 깊어 갑니다. 남은 시간 나의 관심과 변화를 위한 결심을 점검하는 사순절기가 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