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힘들고 어려웠지만 인류의 역사는 그런 문제들과 씨름하면서 성장하고 발전해 왔습니다. 정말 두려운 것은 문제 자체가 아닙니다.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바로 다루지 않고 성급하게 봉합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상처만 치료하듯 해서는 결국 문제를 키우는 꼴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야 문제를 올바로 다룰 수 있을까요? 신앙에 있어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신앙공동체는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에서 경험하는 문제들과 함께 영적인 부분에서도 다루어야 할 문제들이 드러나 더욱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신앙인들이 해야 할 훈련 가운데는 바로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직면해서 바르게 다루는 것입니다. 

∙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 서운함과 아쉬움을 걷어내야 올바로 문제를 다룰 수 있습니다.

나사로의 죽음은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관련된 이들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습니다. 특히 달려오실 줄 알았던 주님이 오시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유가족들에게는 아쉬움을 넘어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찾아오신 주님께 마르다와 마리아는 그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겁니다. 문제를 올바로 다루기 위해서 필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이런 서운함과 아쉬움을 걷어내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감정들이 남아있으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잘 들리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님은 과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가실까요? 

∙ 눈물을 흘리시더라 – 먼저 있어야 할 것은 눈물입니다. 믿음은 눈물과 함께 자랍니다. 

마르다와는 달리 주님 앞에서 그냥 슬픔을 쏟아내고 있던 마리아에게 주님은 특별하게 하신 말씀이 없었습니다. 그저 주님은 그녀가 슬피 우는 것과 함께 온 유대인들이 우는 것을 보시고 심령에 비통히 여기시고 불쌍히 여기셨습니다. 마침내 그를 둔 무덤 앞으로 가신 주님이 하신 일은 그냥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저는 오늘 본문을 묵상하면서 가장 큰 감동이 있었던 곳은 바로 주님이 눈물을 흘리셨다고 하는 짧은 구절입니다. 눈물은 많은 말보다 더 큰 울림이 있습니다. 어쩌면 드러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점점 더 꼬여만 가고 있는 이유는 바로 함께 흘리는 이런 눈물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은 아닐까요? 믿음은 눈물과 함께 자랍니다. 

∙ 돌을 옮겨 놓으라 – 눈물 속에서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입구를 막은 돌을 치우십시오.

나사로가 살아난 것은 소생입니다. 왜냐하면 나사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죽음을 맞이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나사로의 소생을 통하여 주님이 이루신 부활의 역사를 설명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접근이 아닙니다. 물론 모두가 다 슬퍼하는 죽음과 사망에 대한 해결책으로 부활의 소망을 품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더욱 주목해야 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주님이 본문 안에서 힌트를 주셨습니다. 나사로의 사건과 관련하여 계속해서 주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믿음입니다. 하지만 본문은 계속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믿음이 어떠한 것인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믿음은 단순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쌓아올리는 공든 탑이 아닙니다. 주님이 기대하고 원하시는 믿음은 어떤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