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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독 긁는 소리 정기영 201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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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dchurch.net/bbs/bbsView/23/3534986

황 정승 댁 며느리

 

  장안의 제일가는 세도권력가인 황 정승이 용모 준수하고 글 잘하고 무예에 출중한,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잘난 아들을 두었는데 천하제일의 며느리를 맞이하는 게 소원이었더랍니다.

그리하여 직접 간택을 하기위해서 장안일대에 소문을 내어 규수들을 초대했습니다.

황 정승 댁 잘난 자제의 소문은 장안에 이미  파다했음으로 규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여들었습니다.

소위 간택시험에 응시를 한 게지요.

 

가마나 수레를 타기도하고 좀 여의치 못한 댁 규수들은 하인 몸종을 대동하여 걷기도하여서 정승 댁

대청마루에 가득히 들 모였습니다. 의관을 정제하신 정승이 나와 앉아서 규수들을 맞이하셨습니다.

규수들의 인물을 훑어보니 미인들인지라, 일단 모두 합격권에 올렸습니다.

“장안의 1등 미인들이니 인물심사는 모두 합격점이다.” 하시고는 이어서 말했습니다.

“너희들의 지혜를 알고자(시험하고자)한다. 가장 아름다운 꽃이 무엇이라고 생각들 하느냐?”

“무궁화입니다.”

“장미꽃 이지요.”

“화중왕이라 하는 모란이 가장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예요. 홍도화가 아름답습니다.”

“화중군자이신 국화입니다.”

 

온갖 꽃들의 이름이 열거되었습니다만 정승은 자신의 심중에 흡족한 답이 없어서인지 시큰둥해 하시며 좌중을

둘러보시다가 말석(귀퉁이)에 수수한 차림으로 조촐하게 앉아있는 규수에게로 시선을 주었습니다.

“너는 무슨 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느냐?”

“예. 소저(어린 처녀라는 뜻으로 여자들이 자신을 낮추어 이르는 말)는 목화 꽃이 가장 곱다고 생각합니다.”

모처럼 의외의 대답을 들으신 정승이 호기심을 가지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 그 꽃이 왜 아름답다는 게냐?”

“무릇(생각하건데) 모든 꽃은 피었다가 지면 씨를 남기오나 목화 꽃은 씨와 아울러 솜을 남깁니다. 솜은

인간에게 유용한 옷감을 만들게 해주는 재료이니 곱기도 하려니와 유용하기로 모든 꽃 중에서 으뜸이옵니다.”

정승이 저으기 감탄을 했습니다.

 

“다시 묻겠는데, 이번에 가장 무서운 소리가 무엇인지 의견들을 말해보아라.”

“천둥소리입니다.”

“귀곡성(귀신의 울음소리) 이지요.”

“범(호랑이)의 포효(울부짖음)가 가장 무섭습니다.”

이번에도 각양각색의 의논들이 분분하는 가운데 말석의 규수는 역시 다소곳이 앉아있었습니다.

정승이 말했습니다. “너는 무슨 소리가 가장 무섭다고 생각하느냐?”

“예. 쌀독 긁는 소리가 가장 무섭습니다.”

“오호! 왜 그런고?”

“쌀독에서 긁는(긁히는)소리가 나는 것은 쌀이 덜어져 간다는 뜻이니, 식구들이 굶게 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먹지 못하면 죽게 되는 것이니 식구들의 죽음을 예고하는 그 소리가 가장 무서운 소리입니다.”

정승은 거듭 감탄을 하시고 그 규수를 낙점(간택)하기로 내심 결정을 했습니다.

 

마침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요, 무심히 마당을 내다보시던 정승이 다시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묻겠다. 저 건너 안채 기와지붕의 추녀(지붕의 끝) 기와가 몇 개인지를 맞춰 보아라.”

규수들이 일어서서 우루루 마루 끝으로 몰렸습니다. 서고, 않고, 엉거주춤한 자세들로 추녀의 기와를 세기 시작했습니다만, 말석의 규수는 허리를 곧게 펴고 한쪽 무릎을 세워 사대부댁(양반가) 부녀자들의 앉는 얌전한 자세로 추녀아래의 물이 흐르는 도랑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추녀에서 도랑물위로 떨어지는 낙수의 동그라미를 세는 것이었습니다. 

“백 마흔 일곱입니다.”

“백 쉰 두 개지요.”

“아닙니다. 백 마흔 다섯이예요.”

여러 규수들이 각각의 대답들을 했습니다.

다른 규수들의 대답은 듣는 둥 마는 둥 하시고 말석의 규수에게로 시선을 주셨습니다.

“너는 몇 개더냐?”

“예. 백 마흔 아홉 개입니다.”

머슴들을 시켜서 세어보도록 분부를 하시자, 머슴들이 작대기(장대)로 낱낱이 짚어가며 정확히 세었습니다.

“몇 개더냐?”

“예. 백 마흔 아홉입니다.”

다시 규수에게로 시선을 돌려서 말했습니다. “어찌(어떻게)해서 정확하게 셀 수가 있었더냐?”

“추녀의 기와는 모두가 같은 모양이라서 눈에 아른거림으로 혼동하기 쉽사옵고 낙수 떨어지는 도랑은 지물(땅위에 놓여있는 돌이나 흙더미 풀 등 자연적인 물건)에 의한 지형이 약간씩 다름으로 혼동하지(헷갈리지)않고 셀 수 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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