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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꺼졌어도... 김종윤 200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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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dchurch.net/bbs/bbsView/36/3535249

식물도 열매를 맺으려면 뜨거운 태양과 함께 깊은 밤도 보내어야만 하나 봅니다. 교회 옆에 있는 정○○ 집사님의 밭. 그곳은 가로등이 있어서 벌써부터 무엇을 심어야 할 찌 걱정이 앞섰던 곳이랍니다. 생각다 못해 텅 빈 밭은 놀릴 수가 없어서 들깨와 콩을 비롯한 몇가지 작물을 심으셨다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째 잎사귀만 무성하고 키만 컸지 열매는 별로 여물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밤마다 가로등이 자동으로 켜져서 환했던 탓에 그만 작물들이 웃자라기만 하고 있었던 거랍니다.

어떻게 할까 하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어서 얼마동안 만이라도 가로등을 꺼놓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매일밤 가로등 스위치를 내려놓으면서 하찮은 식물도 여물려면 환한 낯만이 아니라 어둡고 캄캄한 밤도 필요하다고 하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습니다. 그런 차갑고 시린 그리고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는 답답한 밤의 시간들을 견디었기에 열매들은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라는 사실과 함께...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있거든 여물기 위해 캄캄한 밤을 지새우는 식물들을 생각해보십시오. 그래도 아주 아주 더 힘들걸랑 아직 스위치를 내려놓은 그 집사님 밭을 지나 성전으로 올라와 보십시오. 그리고 그분만이 아실 눈물의 기도를 드려보십시오. 그 눈물이 저 하늘의 별이 되도록 말입니다. 불꺼진 가로등 밑에서 보이는 하늘의 별은 유난히도 더 밝고 깨끗했습니다. 불은 꺼졌어도 그 캄캄한 하늘 아래서 또다른 열매가 여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희망!

첫목회를 시작했던 충남 홍성의 은하교회를 섬기면서 끄적거렸던 희망일기에 쓴 글입니다. 지금도 저는 간혹 불꺼진 가로등을 보면 예전에 일부러 스위치를 내려야했던 그때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캄캄한 밤하늘 사이로 마지막 열매를 위하여 안쓰러이 부르짖던 그 기도가 생각납니다.

어디 그냥 얻을 수 있는 열매가 있던가요? 그래서 성경은 우리들에게 눈물을 흘리면서라도 씨를 뿌리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울면서라도 뿌리러 나가야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열매에는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이 빼곡이 담겨있는 겁니다. 불이 커졌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답답한 어두움은 때로 우리의 내면을 영글게 하는 은총의 손길이 될테니까요.

모든 꽃은 아름답습니다. 어떤 꽃이 아픔없이 필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또한 그 꽃이 지고난 다음에 비로소 그 진 자리에 열매가 맺히는 것은 하늘의 섭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꽃이 지는 것은 슬픈 일만이 아닙니다. 꽃이 떨어진 그 자리가 바로 열매가 열릴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소리없이 피었다가 또 소리없이 질 줄 알아야 열매는 열매가 됩니다.

시골에서 흔히 볼수 있는 나무는 감나무입니다. 유달리 병충해에도 강하고 뭐 달리 손이 필요하지 않아서 집집마다 감나무 하나씩은 심겨져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감나무에 송알 송알 감들이 열립니다. 푸른 잎사귀 사이로 빼곡하게 숨은 감들이 수줍은 웃음을 머금은 듯 달려있는 것도 아름답지만 정말 아름다운 광경은 따로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나뭇잎들이 하나 둘씩 떨어지고 이윽고 늦가을이 될 때쯤이면 모든 나뭇잎들이 다 떨어지지요. 그런데 가끔씩 바쁜 일손에 초겨울까지 미쳐 거두지 못한 감들이 나무에 달려있곤 합니다. 첫눈이 내리던 날 잎사귀는 다 떨어지고 감나무 열매만 대롱 대롱 달려있는 감나무를 보고선 전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흩날리는 눈 속에 만개한 빨간 꽃들이 감나무에 가득 피어 있었던 것이지요. 껍데기는 다 떨어지고 알맹이만 남아서 붉게 꽃으로 핀 그 감나무 아래서 저는 일생 붙들고 기도할 기도의 제목 한가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주님 저에게도 이런 삶을 주옵소서. 이것 저것 치장한 껍데기들은 다 떨어져도 그 여름의 뜨거움과 그 어두움의 밤을 견디며 맺힌 열매들만 남게 되는 그런 인생이 되게 하옵소서.”

불 꺼진 밤은 은혜가 그친 밤을 뜻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또다른 은혜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만나가 더 이상 내리지 않았던 것은 이제 은혜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은혜를 허락하실 것이라는 싸인이기도 한 것처럼... 이 가을에 드리는 기도는 그래서 늘 간절하기만 합니다. 그 간절함 끝에 서 꽃처럼 피어날 또다른 열매를 기대하면서... 오늘도 역사는 계속됩니다.

예수희망!

-세검정교회 계간지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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