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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0일 설교말씀 | 김종윤 목사 | 2022-10-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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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이란 어떤 목적이나 결과에 도달하기 위하여 지나야 하는 일정한 기간의 절차나 단계를 의미합니다. 이런 과정은 보통 지루합니다. 아직 겉으로 뚜렷한 성과나 의미있는 결론을 낳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하는 불안함과 이렇게 해서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의구심이 차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결과든지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한 단계나 정해진 기간의 중간 과정을 지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무시하고 소홀히 하면서 단지 원하는 결과만 얻으려고 하는 것은 여러 가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맙니다. 어떤 일이 진행되고 일어나는 과정 안에 담겨있는 중요한 의미들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과정을 생략하면 결국 나머지 결과도 쉽게 사라지고 맙니다.
∙ 크게 위엄을 갖추고 와서 함께 접견 장소에 들어오고 – 형식이 아니라 실재가 중요합니다.
아쉽게도 우리가 요즘 대하고 있는 본문은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습니다. 주인공인 바울에 관한 소식보다는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본문에서 희미하지만 마지막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 과정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세상은 때로 하루아침에 달라지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지루한 시간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오늘 본문도 바울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 생각지 못했던 사람들이 참관자로 등장하게 됩니다. 신임총독인 베스도를 축하하기 위하여 방문했던 아그립바 왕과 그의 아내 버니게란 인물입니다. 이들은 베스도가 마련해준 자리에 크게 위엄을 갖추고 왔습니다. 때로 형식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중간에 더욱 돌아보아야 하는 것은 형식이 아니라 실재입니다. ∙ 내가 살피건대 죽일 죄를 범한 일이 없더이다 – 결론은 한 번의 선택으로 나지 않습니다.
모든 결과들에는 중간에 있었던 사소한 선택과 결정들이 반영됩니다. 물론 나머지 시간들에 있어서 결코 돌이키기 쉽지 않은 영향을 남기는 한 번의 선택도 있지만 최종적인 결과물은 단지 한 번의 선택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달라질 수 있는 변수와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순간순간 변화의 기회란 쌓여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바울의 로마행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의 로마행은 갑자기 정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바울이 걸어왔던 시간들, 이를 위하여 준비했던 과정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의미있는 결론들은 한 번의 선택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 심문한 후 상소할 자료가 있을까하여 – 과정을 견디는 힘이 변혁을 가능하게 합니다.
오늘은 종교개혁주일입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중세의 형식적인 종교를 시퍼렇게 살아서 꿈틀대는 신앙으로 나아가도록 한 것을 돌아보고 기억하는 주일이지요.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그런 개혁 – 특히 종교의 개혁이라고 하는 사건은 오랜 기간의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를 묵묵히 견디면서 자신을 헌신했던 많은 개혁자들의 한 걸음을 필요했습니다. 그것은 오늘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자기 변혁의 생명력을 상실하고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는 작금의 종교적 상황은 더욱 이제 과연 다시 새롭게 하는 것이 가능한가를 되묻게 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요? 하지만 어디에서 시작하든 작금의 과정을 견디게 하는 힘이 결국 최종적인 변화 또한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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